27일 법정관리를 신청한 일본 반도체업체 엘피다가 회생할지, 청산될지 여부에 전세계 반도체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엘피다가 법정관리 신청 후 회생에 성공한 일본항공(JAL)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업계에서는 만성적인 공급과잉 상황인 D램 시장에서 엘피다에 공적자금을 쏟아 부어 회생시켜야만 하느냐는 목소리가 높다. 엘피다가 회생한다고 해도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로 재편가능 할 지 불확실하다는 설명이다.
대만의 D램업체인 난야테크놀로지의 바이 페일린 부사장은 "엘피다의 고객들이 장기 공급을 우려하며 다른 공급업체로 떠날 것"이라며 "많은 엘피다의 고객이 우리의 고객이기도 한데, 우리는 이들에 대한 공급을 늘릴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피치는 "엘피다가 D램시장에서 철수한다면 감산이 아니면 달성될 수 없는 반도체업체들의 수익성이 개선되며 모두에게 이득이 될 것"이라며 "엘피다에 추가 공적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D램 산업을 악화시킬 뿐"이라고 경고했다.
D램 가격 하락세에
삼성전자 (1,221,000원 11000 0.9%)를 제외한 모든 D램 제조업체들은 2011년 하반기 적자를 기록했다. 반도체 가격정보제공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RAM 계약 가격은 지난해 58% 하락했으며 현물가격은 같은 기간 70% 떨어졌다.
투자관계 컨설팅업체 네트웍스의 대럴 휘튼 이사도 "D램 공급물량이 풍부한데다 엘피다의 생산비용보다 훨씬 저렴하게 만들어진 D램이 많다"며 엘피다의 회생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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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분기 매출액기준 D램/낸드플래시 점유율 자료:D램익스체인지 |
이날 엘피다와 비슷한 점유율을 갖고 있는 미국의 D램업체 마이크론의 주가는 7% 급등했다. 전 세계 12%를 차지하는 엘피다의 D램 생산이 영구적으로 사라질 경우 D램 가격이 상승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반영됐다.
스턴애지의 비자이 라케시 애널리스트는 2008년 키몬다의 파산보호신청 후 메모리칩 시장이 1년 반 간 안정화됐던 예를 들며 파산보호신청으로 D램 시장 공급이 줄어들어 마이크론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 전망했다.
레이몬드 제임스의 한스 모세스만 애널리스트는 "엘피다의 모든 생산량이 시장에서 사라질 수 있다"며 "향후 몇 달 내로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정관리 신청 후 엘피다의 '진로'에 대해서는 몇 가지 이야기가 오간다.
엘피다는 법정관리 신청 전 채권단의 지지를 받기 위해 미국 마이크론, 대만 난야테크놀로지와 자본제휴를 추진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합병을 강력하게 지지했던 마이크론의 스티브 애플턴 최고경영자(CEO)가 비행기 사고로 이번 달 초 갑작스럽게 사망하며 난관에 부딪혔다.
현재 난야는 자본제휴가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고, 마이크론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이다.
엘피다가 히로시마에 위치한 생산기반을 미국 글로벌파운더리스에 매각할 것이란 설도 나왔다.
모세스만은 "글로벌파운더리스 같은 업체들이 엘피다의 공장을 매입할 수 있다"며 "(글로벌파운더리스에 매각된 후에는) D램이 아닌 프로세서나 다른 종류의 반도체 생산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마이크론이 인수한다면 엘피다의 D램 생산을 낸드칩 생산으로 바꿀 수 있다는 관측이다.
마크 뉴먼 샌포드번스타인 애널리스트는 "엘피다의 법정관리신청은 합병의 잠재적인 속도와 기회들을 늘릴 것"이라며 "모든 대만 반도체업체들도 같은 운명으로 고통 받고 있다"고 말했다.
사카모토 유키오 엘피다 사장은 27일 저녁 법정관리 신청 기자회견에서 "오늘까지 다양한 제안을 예상해 왔지만 구체적인 것은 아무것도 없고 그저 계획 수준의 제안일 뿐"이라고 밝혔다.
2007년, 2008년 2000억엔 이상의 적자를 기록한 엘피다는 2009년 300억엔의 공적자금을 일본개발은행을 통해 지원받았으며 4개 은행 채권단으로부터 1000억엔을 차입했다. 2009년 흑자 반전에 성공했던 엘피다는 2010년 말부터 엔고와 D램가격 급락세가 겹치며 5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리서치 업체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엘피다는 지난해 3분기에서 글로벌 DRAM 시장에서 삼성전자(점유율 45%)와 하이닉스(22%)에 이어 12%의 점유율을 보유한 3위 업체였다.